직원이 갑자기 그만뒀을 때 사장이 해야 할 것들
"그만둘게요" — 그 한마디에 머리가 하얘졌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당했다.
오전에 멀쩡히 출근하더니 점심 먹고 들어와서 "사장님, 저 이번 달 말로 그만두려고요"라고 했다. 이번 달 말이 딱 열흘 남은 시점이었다. 황당했다. 인수인계는커녕 이유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더 황당한 건 그 다음 날부터 눈에 띄게 일을 대충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화가 났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된다. 감정대로 움직이면 결국 손해는 사장이 본다. 직원이 잘못해도 절차를 어기면 법적으로 불리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초과근무수당 안 챙겨줬잖아요" — 뒤통수는 퇴사 후에 왔다
퇴사 처리를 마무리하던 중에 그 직원한테 연락이 왔다. 자기가 기록해둔 출퇴근 시간을 근거로 초과근무수당을 청구한다는 것이었다. 금액도 꽤 됐다.
문제는 그 기록이 직원이 손으로 직접 적어둔 수첩이었다는 점이다. 우리 가게는 따로 전자 근태 시스템이 없었고, 출퇴근 시간을 직원이 노트에 자기 기준대로 적어왔다. 나는 그걸 대충 믿고 있었다. 그런데 퇴사하고 나서 보니, 그 기록에는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매일 30분~1시간씩 더 일한 것으로 적혀 있었다.
억울했다. 그런데 반박하기가 어려웠다. 사측에서 관리하는 근태 기록이 없으니 내 말은 그냥 "말"일 뿐이었다.
이 경험 이후로 근태 관리 방식을 완전히 바꿨고, 직원이 퇴사할 때 챙겨야 할 것들도 다시 정리했다. 지금부터 그 내용을 공유한다.
1. 퇴직일 확인 — 날짜 하나가 기준이 된다
직원이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정확한 퇴직일이다. 마지막 근무일이 퇴직일이 되고, 이 날짜를 기준으로 퇴직금 지급 기한, 4대보험 상실 신고일, 마지막 급여 계산이 모두 결정된다.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퇴사 의사를 밝혔다면 반드시 캡처해두자. 나중에 "저 퇴사한다고 한 적 없는데요"라는 황당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나도 그때 카톡 캡처를 해뒀던 게 나중에 도움이 됐다.
2. 근태 기록은 반드시 사측이 관리해야 한다 — 이게 핵심이다
초과근무 분쟁에서 사장이 지는 이유는 대부분 하나다. 근태 기록을 직원이 관리했기 때문이다.
직원이 자기 수첩에 출퇴근 시간을 적어두고, 사장은 그걸 확인하지 않는 구조라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반박할 근거가 없다.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무수당 분쟁이 생기면 사용자(사장)가 근로시간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비책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출퇴근 기록을 사측이 직접 관리하면 된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저렴하고 간단한 방법은 무료 근태 앱을 활용하는 것이다. 직원이 앱으로 출퇴근 체크를 하면 GPS와 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되고, 사장 계정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알밤, 시프티 같은 앱이 소규모 사업장에서 많이 쓰인다. 월 몇만 원이면 직원 여러 명을 관리할 수 있다.
조금 더 확실하게 하려면 지문 인식 출퇴근 단말기를 설치하는 방법도 있다. 초기 비용이 들지만, 기록 조작이 불가능하고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
어떤 방법을 쓰든 핵심은 하나다. 출퇴근 기록이 직원 손이 아닌 시스템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3. 마지막 급여 — 14일 안에 줘야 한다
화가 나도 월급은 제때 줘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36조에 따르면 직원이 퇴직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퇴직금 등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한다. 합의 없이 14일을 넘기면 임금체불로 신고당할 수 있다.
마지막 달 급여는 실제 근무일수에 맞게 일할 계산해야 한다. 주휴수당도 빠짐없이 포함해야 한다. 나는 그때 주휴수당을 빠뜨릴 뻔했는데, 계산하면서 발견했다. 사소한 것 같아도 나중에 분쟁 씨앗이 된다.
초과근무수당 분쟁이 진행 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에도 기본 급여는 14일 내에 지급하고, 초과근무 부분은 별도로 협의하는 것이 맞다. 기본급까지 묶어두면 임금체불로 역으로 당한다.
4. 퇴직금 — 1년 이상이면 무조건 발생한다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라면 퇴직금은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1인 사업장도 예외가 없다. 퇴직금은 평균임금 × 30일 × 근속연수로 계산한다.
퇴직금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지급이 원칙이고, 기한을 넘기면 연 20%의 지연이자가 붙는다. 내가 겪었던 직원은 딱 1년 2개월을 일했다. 퇴직금이 발생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계산해보니 신경 쓸 게 많았다.
한 가지 더. 초과근무수당 분쟁이 생기면 퇴직금 계산 기준인 평균임금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초과근무수당이 포함된 임금으로 평균임금을 다시 계산하면 퇴직금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근태 기록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서도 나온다.
5. 4대보험 상실 신고 — 퇴직일 다음 달 15일까지
직원이 퇴사하면 4대보험 상실 신고를 해야 한다. 기한은 퇴직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15일까지다. 4대사회보험정보연계센터(www.4insure.or.kr)에서 처리할 수 있다.
상실 신고를 제때 하지 않으면 이미 퇴사한 직원의 보험료가 계속 부과된다. 나는 퇴직일 확정되자마자 바로 처리했다. 분쟁 중이라도 4대보험 상실 신고는 별개로 처리해야 한다.
6. 이직확인서 — 요청하면 반드시 줘야 한다
갑자기 나간 직원이라도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이직확인서를 요청하면 10일 이내에 발급해야 한다. 거부하거나 늦게 주면 과태료다.
자발적으로 그만뒀다면 "자발적 이직"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실과 다르게 적어달라는 요청은 거절해야 한다. 사업주도 처벌받을 수 있다. 나도 그 요청을 받았고, 거절했다.
7. 인수인계 — 강제는 못 하지만 기록은 남겨라
법적으로 인수인계를 강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업무 자료, 거래처 연락처, 각종 계정 비밀번호는 회사 자산이므로 반환 요청은 당연히 할 수 있다. 인수인계 목록을 문서로 만들어 서명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나는 그 서명받은 문서 덕분에 "제가 만든 자료인데요"라는 말을 조용히 막을 수 있었다.
결국 기록이 사장을 지킨다
이 모든 경험을 통해 배운 건 하나다. 감정이 아니라 기록으로 대비해야 한다.
직원이 잘못해도, 기록이 없으면 사장이 진다. 근태 기록, 급여 지급 내역, 퇴사 의사 확인 카톡, 인수인계 서명 문서. 이 네 가지만 제대로 갖춰져 있어도 퇴사 관련 분쟁의 절반은 막을 수 있다.
체크리스트로 정리하면 이렇다. 퇴직일 확인 및 카톡 캡처 → 사측 근태 기록과 대조 후 급여 계산 → 마지막 급여 14일 내 지급(주휴수당 포함) → 1년 이상 근무자 퇴직금 14일 내 지급 → 4대보험 상실 신고(다음 달 15일까지) → 이직확인서 요청 시 10일 내 발급 → 업무 자료 및 비밀번호 반환 요청 후 서명.
한 번 제대로 겪고 나면 다음엔 당황하지 않는다. 이 글이 그 준비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