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필수 기재 항목 — 이것만 넣으면 된다
근로계약서 필수 기재 항목 — 이것만 넣으면 된다
나도 처음엔 안 썼다
솔직히 말하겠다. 사업 초기에 직원을 처음 채용했을 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그냥 말로 했다. 월급 얼마, 출근 몇 시, 이 정도만 이야기하고 시작했다. 주변 사장님들도 다 그랬다. 아니, 지금도 그런 분들이 많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직원 한두 명 쓰는데 계약서까지 써야 하나 싶은 거다. 어색하기도 하고, 괜히 딱딱해 보일까봐 망설이기도 한다.
그런데 구두로 약속한 것들은 나중에 기억이 다 다르다. 내가 기억하는 것과 직원이 기억하는 게 다르다. 월급에 식대가 포함된 건지 별도인지, 연장근무를 하면 추가로 주기로 했는지 안 했는지. 퇴직할 때 이런 것들이 하나씩 터진다. 머리 아프고, 관계도 나빠지고, 최악엔 노동청 신고로 이어진다.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안다.
근로계약서는 직원을 위한 서류가 아니다. 사장을 지키는 서류다.
모든 문제는 의사소통의 부재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게 필요한가 — 단 하루도 예외 없다
근로계약서는 정규직만 쓰는 게 아니다. 단기 알바, 파트타임, 일용직, 계약직 모두 포함된다. 단 하루를 일하더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도 예외가 없다.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하고도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직원이 먼저 요구하지 않아도 사업주가 반드시 한 부를 줘야 한다. 이걸 모르는 사장님이 생각보다 많다. 나도 한참 뒤에 알았다.
필수 기재 항목 — 이 5가지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반드시 명시해야 하는 항목은 다섯 가지다.
첫째, 임금이다. 단순히 월급 숫자만 적으면 안 된다. 기본급, 식대, 교통비, 연장근로수당 등 임금의 구성항목을 모두 적어야 하고, 각 항목의 계산 방법과 지급 방법, 지급일까지 명시해야 한다. 구두로 "식대 포함해서 얼마"라고 했다가 나중에 "식대는 별도라고 했잖아요"가 되는 게 바로 이 항목 때문이다.
둘째, 소정근로시간이다.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하는지, 휴게시간은 언제 몇 분인지 적어야 한다.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8시간이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이걸 계약서에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초과근무 분쟁의 씨앗이 된다.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 항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직원이 자기 기준으로 출퇴근 시간을 기록해뒀다가 퇴사 후 초과근무수당을 청구하는 일이 실제로 생긴다.
셋째, 휴일이다. 주휴일이 언제인지, 공휴일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명시해야 한다.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라면 주 1회 이상의 유급 주휴일을 부여해야 한다.
넷째, 연차유급휴가다. 연차 부여 기준을 적어야 한다. 1년 미만 근무자는 매월 개근 시 1일, 1년 이상 근무자는 연 15일이 기준이다. 단 5인 미만 사업장은 연차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경우 "연차유급휴가는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라고 명시해두는 것이 좋다.
다섯째, 취업 장소와 업무 내용이다. 어느 장소에서 어떤 업무를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이런 일 시키기로 한 적 없다"는 분쟁을 막는 항목이다. 말로만 얘기하면 나중에 서로 기억이 다르다.
추가로 넣으면 좋은 항목들
위 다섯 가지가 법적 필수 항목이라면, 아래 항목들은 넣지 않아도 법 위반은 아니지만 분쟁 예방을 위해 반드시 넣는 게 좋다.
근로계약 기간은 정규직이라면 "기간의 정함이 없음"으로, 계약직이라면 시작일과 종료일을 명확히 적는다. 4대보험 가입 여부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 각각 체크 항목으로 넣으면 된다. 퇴직금 지급 기준도 명시해두면 나중에 불필요한 다툼을 줄일 수 있다.
절대 넣으면 안 되는 항목들
근로계약서에 아무리 쌍방 합의해서 적더라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조항들이 있다. 오히려 이걸 넣으면 사업주가 처벌받을 수 있다.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적은 조항은 무효다. 2026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급 10,030원이고, 주 40시간 근로자 기준 월 환산액은 주휴수당 포함 2,096,270원이다. 이 금액 미만으로 계약서를 쓰면 해당 임금 조항만 무효 처리되고 최저임금이 자동 적용된다.
위약금 조항도 안 된다. "무단 퇴사 시 위약금 OO만 원을 지급한다"는 식의 조항은 근로기준법상 금지다. 넣어봤자 효력이 없고 사업주만 처벌받는다. 강제 저축 조항도 마찬가지다.
표준근로계약서 어디서 받나
고용노동부에서 근로 유형별로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정규직, 기간제, 단시간, 일용직 등 상황에 맞는 양식을 그대로 쓰면 된다.
고용노동부 공식 사이트(moel.go.kr)에서 "표준근로계약서"로 검색하면 바로 나온다. 인터넷에 떠도는 출처 불분명한 양식 대신 반드시 공식 양식을 사용하길 권한다. 매년 최저임금이 바뀌고 법도 바뀌기 때문에 예전에 쓰던 양식을 그대로 재사용하는 것도 위험하다.
마치며 — 어색해도 써야 한다
처음엔 직원한테 계약서 내밀기가 어색하다. 나도 그랬다. 뭔가 딱딱해 보이고, 신뢰를 못 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망설였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 계약서를 제대로 쓰는 게 오히려 서로를 위한 배려다. 나중에 오해가 생기지 않게, 처음부터 명확하게 약속하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 구두로만 하다가 퇴직할 때 분쟁을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머리 아픔이 계약서 한 장으로 해결됐을 일이라는 걸. 이 글을 읽는 사장님은 나 같은 경험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 출처 및 참고자료
- 고용노동부 (moel.go.kr)
- 근로기준법 제17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law.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