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결단

 

틀려도 내가 결정해야 한다 — 사장의 결단에 대하여

사장이 된다는 건 결국 이 한 문장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틀려도 내가 결정해야 한다.

나도 그러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사업 초기, 중요한 결정 앞에서 자꾸 멈췄다. 이 방향이 맞는지, 지금이 타이밍인지,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지. 리스크가 두려웠다. 그래서 조금 더 지켜보자고, 조금 더 생각해보자고 미뤘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 시기가 사업이 가장 정체됐던 때였다. 매출이 떨어진 것도, 팀이 흔들린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것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결정이 없으면 조직도 멈춘다는 걸 그때 몸으로 배웠다.

틀리지 않으려고 결정을 미루는 사람이 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더 많은 사람에게 물어보고, 더 좋은 타이밍을 기다린다. 그러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시장이 바뀌고, 기회가 지나가고, 조직이 흔들린다. 완벽한 결정을 기다리다가 결정 자체를 잃는 것이다. 사장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은 틀린 결정을 내릴 때가 아니라,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할 때다.


스티브 잡스 — 맞을지 몰라도 지금 간다

1997년 애플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가 처음 한 일은 제품 라인업을 대폭 줄이는 것이었다. 당시 애플은 수십 가지 제품을 팔고 있었다. 잡스는 그걸 단 네 가지로 줄였다. 내부 반발은 거셌다. 잘 팔리는 제품도 잘랐고, 오래된 팀원들이 키워온 라인도 잘랐다. 데이터로 보면 틀린 결정처럼 보였다.

하지만 잡스는 밀어붙였다. 그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집중이란 해야 할 일에 '예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수백 가지 좋은 아이디어에 '노'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그 결단이 애플을 살렸다. 잡스가 모든 걸 확신했기 때문이 아니다. 흔들리면서도 결정했기 때문이다.


제프 베이조스 — 후회 최소화 프레임

아마존 창업 전, 제프 베이조스는 뉴욕의 헤지펀드에서 잘나가는 직장인이었다. 인터넷 서점을 차리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싸늘했다. 상사는 말렸고, 동료들은 고개를 저었다. 합리적인 분석으로 보면 유망한 직장을 버리고 불확실한 사업에 뛰어드는 건 무모한 결정이었다.

베이조스는 이걸 판단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기준을 썼다. '80살이 됐을 때 이 결정을 후회할 것인가.' 그는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건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도조차 안 한 걸 후회하는 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떠났다. 데이터가 말해줘서가 아니라,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대로 결정했다.

사장의 결단은 이런 것이다. 외부에서 답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기준으로 내리는 것.


결정은 위임할 수 없다

물론 정보를 모으고, 팀의 의견을 듣는 건 중요하다. 좋은 사장은 혼자 다 안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다르다. 그건 위임할 수 없다.

직원에게 결정을 넘기는 순간, 책임도 함께 넘어간다. 책임이 넘어간 조직은 누구도 주인이 되지 않는다. 다들 결과를 기다리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된다. 그리고 그 구조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신뢰다.

반대로, 사장이 명확하게 결정하면 조직은 움직인다. 방향이 100% 맞지 않아도 조직이 한 방향으로 달리는 힘 자체가 생긴다. 틀린 방향으로 전력 질주하다가 수정하는 것이, 방향을 못 잡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보다 훨씬 낫다.


가장 어려운 결정 — 사람에 관한 것

사실 내가 가장 오래 미뤘던 결정은 사업 방향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맞지 않는 직원이 있었다. 함께 일하는 매일이 소모적이었고, 속으로 끙끙 앓았다. 그런데 결정을 못 했다. 몇 년이 걸렸다. 그 자리가 비면 어떻게 되나, 업무 공백은 누가 메우나, 내가 너무 가혹한 건 아닌가. 두려움이 판단을 가로막았다.

결국 결정을 내렸을 때, 오히려 팀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제야 알았다. 내가 몇 년 동안 미룬 그 결정이 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걸.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장인 내가 결정을 못 한 게 문제였다.

인사 결정은 사장이 내리는 결단 중 가장 무겁다. 상대방의 생계가 걸려 있고, 감정이 개입되고, 틀렸을 때의 여파도 크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빨리 결정해야 한다. 미루면 미룰수록 그 사람도, 팀도, 사장 본인도 소진된다.

맞지 않는 사람을 오래 붙잡는 건 배려가 아니다. 서로에게 낭비다. 공백이 두렵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그 사람이 있는 동안 생긴 보이지 않는 공백이 더 크지 않았는지. 팀 분위기, 다른 직원들의 사기, 사장의 에너지. 그 비용은 계산서에 찍히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결정을 내리되, 절차는 합법적으로 하고 감정은 최대한 배제하자. 해고는 처벌이 아니라 방향의 결정이다.


틀렸을 때가 진짜 시험이다

결단의 진짜 무게는 결정할 때가 아니라 틀렸을 때 드러난다. 내가 내린 결정이 틀렸다는 게 명확해졌을 때, 사장은 어떻게 하는가.

남 탓을 하는 사장이 있다. 시장이 나빴다, 직원이 실행을 못 했다, 타이밍이 안 좋았다. 틀린 건 맞는데 그 결정을 내린 자신은 빠진다. 이런 사장 밑에서 직원들은 결코 자기 의견을 내지 않는다. 어차피 잘못되면 자기 탓이 될 걸 알기 때문이다.

반면 "내가 잘못 판단했다"고 말하는 사장은 다르다. 조직이 그 사람을 따른다. 틀린 결정이 문제가 아니라, 틀렸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사람을 모은다.


결국 사장이란 자리는

결단을 내리는 자리다. 확신이 없어도, 두려워도, 반대가 많아도. 모든 정보가 갖춰지길 기다리면 그 시점에는 이미 늦다.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 지금이 최선의 타이밍이고, 지금 가진 정보가 최선의 정보다.

사장이 결정을 두려워하는 순간, 그 두려움은 조직 전체에 퍼진다. 반대로 사장이 결정하는 순간, 조직은 비로소 방향을 갖는다. 틀려도 된다. 단, 내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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